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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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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시론/3일 동안 반복해서 쓴 열린시론
글쓴이 김의수(전북대 명예교수. 철학)    [2016년5월호]    조회 : 740

<첫 날>
                   바람이 만드는 한국정치
                         - 바람에서 착근으로

이번에도 바람이 정치를 바꾸었다.
모두가 절망하거나 차라리 무심해버릴 때, 어느 새 유권자들은 새누리당을 저버렸다. 후보 단일화 요구마저 내팽개친 야당들에게 표를 분산시켜 살려내 주었다. 호남에 자칭 녹색바람이 분 것도 희한하지만, 수도권의 교차 투표는 환상적이었다. 물론 자리를 깐 것은 새누리였다. 오죽 죽을 쑤고 극한 오만이었으면 대구와 부산에서마저 혁명적(?) 변화가 일어났을까?

그게 혁명이었다구?

나는 4월의 충격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결과 말이다. 총선이 끝나면 절망의 바닥에서 다시 시작하자고 말하려 했는데~ 거기까지 가야 절망의 끝인 줄 알았는데~ 이미 절망의 밑바닥은 친지 오래 됐다는 것을 보여준 선거였으니~ 신은 인간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인내심을 요구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그래. 맞다. 박근혜정부와 대통령의 하수인에 불과한 국회의원들은 그동안 너무도 많은 실책을 쌓아 왔던 것이다. 박근혜정부는 애초에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으로 시작됐고, 당선되자마자 선거공약을 팽개쳤으며, 아버지 시대 노회한 정치인들을 참모로 거느렸고, MB처럼 언론사를 장악했다. 인터넷을 감시하고, 세월호 사건을 은폐했으며, 세월호 희생자 가족을 무시했다. 그리고 자기의 측근이 말을 듣지 않는다고 표적 보복했다. 안보 공포 정치를 이어갔고, 개성공단을 폐쇄했으며, 국회를 협박했고, 영구집권 음모를 걱정하게 했다. 시민단체들이 성명을 발표하고, 교사들이 시위하며, 교수들이 서명하고, 신부들이 시국미사와 하야를 요구할 정도였다. 공무원들이 반대하고, 농민들이 반대하며, 노동자들이 투쟁하고, 청년들이 비판했다. 안전한 국가, 균형 있는 사회, 최저 생활 보장되는 사회, 미래에 희망이 있는 사회를 바라는 국민들을 전적으로 무시했다. 그래서였나보다. 국민들은 확실하게 심판했다. 정부와 여당에 결정타를 날린 것이다.

<둘째 날>
                 갑자기 다시 정치에 희망이 생기다
                              – 새롭게 한걸음씩 정치발전

총선 결과
바람의 방향이 결정했나?
일단 바람이 일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넘어오게 돼 있나?
여론조사의 오류에 모두들 놀아난 것인가?

애초에 문재인이 박지원에게 당권을 줬더라면?
  구시대 정치인의 구시대 정당으로 전락했겠지?
  김종인은 이념적인 면에서 박지원과 다른가? 표 모으는 능력은 큰 차이지만.
더민주 사람들은 김종인 리더십을 버려도 될까?
  그러면 표가 다시 우수수 떨어져 나갈까?

분당이 되지 않았다면 총선 결과는 어땠을까?
  아마도 더민주의 압승이지 않았을까?
  새누리 이탈자들이 더민주를 찍지는 않았을까? 어차피 더민주는 거기까지였을까?

나는 희망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희망은 오랜 동안 오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미래에나 희망을 걸어야 한다고 했다. 아직 녹색당 의원 한 명도 없는 상황에서.
  총선 결과에 대한 그들의 충격은 나보다 컸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우리나 그들(더 비관적인 사람들)이나 현실을 절망적인 상태로 판단했다.
  그래서 나는 절망의 바닥에서 다시 시작할 각오를 주장했다.
  그들은 희망 같은 것 꿈꾸지 말고 원론적이고 진보적인 행동(투표)을 하자고 했다.
  결과에 우리 모두는 놀랐다.

그리고 정권교체의 희망을 눈으로 보고 인정하게 됐다.
  정권교체를 구체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정치인들은 전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고 각각 나뉘어 잇속을 챙기려 한다.
  시민사회가 뭉쳐야 한다. 뭉쳐질까? 과거와 같은 힘 있는 세력으로 뭉쳐질까?

뭉칠 필요가 있을까?
  분산(세포분열)의 전략이 더 주효하지 않을까?
  잘 하면 분산이 더 강할 것이다. 그러나 위험성이 따른다.
  자유로운 경쟁 속에서 과업을 이루면 그 과정이 새로운 정치축제 과정이 된다.

<셋째 날>
             정치, 허허 벌판에 희망이 싹 트다

정권교체는 시민들의 한이었다.
그러나 한 달 전까지는 그 가능성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가능성이 충분해졌다.
불가능에서 충분한 가능성으로 넘어 오기까지 딱 하루가 필요했다. 4월 13일.
김칫국부터 마시는 추태는 더 이상 없다.
절망적 절박함을 놓지 말아야 한다.
나부터 해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모두가 움직여야 한다.
허황된 공약집들은 집어치고, 전국 총체적 조직은 생각도 말고,
결국 보수야당과 진보야당의 분열과 다툼만 언론에 내비치는
추태의 모습을 연출하지 말아야 한다.

절망의 원인은 분열이었다.
당의 분열을 넘어 후보의 난립으로 끝까지 간다는 고집이 모두를 졸도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관 속에 들어가 죽음을 준비하는 마음들이었는데,
갑자기 완전 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모두의 예측을 벗어나 기적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정신이 없었다. 어찌, 이런 일이!
석고대죄를 각오하던 야당들은 어리둥절 꿈인지 생시인지
어쨌든 유권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부터 드리기 바빴다.
그리고는 곧 선거 전의 분열적이고 고집스럽고 제각각인 그 소리들을 다시 내기 시작한다.
행복한 수권정당 타령을 노래하게 됐지만, 엉뚱하게도 귀신 씨 나락 까먹는 소리만 들린다.

어떻게 할까?
준비해야 한다. 일을 해야 한다. 모두가 나서야 한다.
이권이 붙어있는 권력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오랜 만에 진정한 사명감으로,
나라를 구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다음세대를 위해 꼭 이뤄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준비해야 한다.

더민주 혁신위(김상곤 팀)의 자세로 할 것인가?
김종인 비대위 방식으로 할 것인가?
안철수의 마음을 어떻게 할 것인가?
더민주에는 김 對 김의 적대적 공존의 상태로
국민당에는 안 김 천 박의 좌충우돌 방식으로
정의당은 야권 후보단일화 축제를 외롭게 주장하면서?

복합적 네트워크가 활발하게 작동해야 한다.
시민사회의 하드웨어와
청년들의 소프트웨어가 얽히고설켜야 한다.
현란하지만 엉키지 않고, 유연하게 매끄럽게 순환해야 한다.

건강한 시민지도의 중심이 선명하게 세워지는 것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거대 조직을 서둘러 만들 일은 아니다.
  일사 분란한 거대 조직은 있으되, 그 손발은 움직이지 않는
  하드웨어적 체제화는 안 된다.
  정권교체라는 기본 명제 하나로 모든 크고 작은 조직들이
  에너지 총량을 다 바쳐서 움직여야 한다.

바람을 경계해야 한다.
  이번에도 그랬듯이 대선에서는 다른 방향으로 바람이 불 수도 있다.
  그것을 예방해야 하고, 거기에 대비해야 한다.
  바람은 저쪽으로도 불 수 있기 때문이다.

20대 국회가 출범하면 거기서 여러 가지가 부산하게 움직이고
여러 가지 사안들이 이슈로 떠오르고
이렇게 저렇게 시끄럽게 그날그날의 이슈에 끌려가다보면
대선은 개인들의 지지율에 대한 관심으로 다시 총선 전과 똑같은 혼란과 오해에
  매몰될 수 있다.

민들레 홀씨처럼 바람이 가져온 희망,
이번에는 뿌리 내리도록 마음 모아 혼신으로 땅을 갈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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