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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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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아 기자님, 이정덕의 글입니다. 사진 좀 찾아서 넣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글쓴이 이정덕  2007-05-24 15:19:54, 조회 : 4,989
파일 1 미국의_정글_자본주의.hwp (0 Byte), DownLoad : 128

미국의 정글 자본주의

이정덕(전북대교수, 문화인류학)

미국은 세계에서 자본주의가 가장 강한 나라이다. 그만큼 자본의 활동이 왕성하다. 자본이 어떠한 활동을 하건 법을 위반하지 않으면 된다는 것이 미국식 사고방식이다. 그리고 이러한 자본축적은 사람들에게 숭상을 받는다. 그것이 부동산투기이든 사기성 독점(독점이나 카르텔이 법적으로는 금지되어 있으니까 정확하게 사기는 법에 걸리고 법을 회피할 수 있는 사기성 독점, 투자는 허용된다)으로 높은 가격을 받든 상관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법을 피해서(좋은 말로 하면 법을 지키면서) 최고의 돈을 벌면 그것도 능력으로 친다.

정글 가격체제

도날드 트럼프는 뉴욕의 유명한 부동산 개발업자이며 세계적으로 알려진 사업가이다. 맨하탄의 노는 땅을 개발하여 수억달러를 벌었고 세계 도처에 같은 개발사업을 하고 있다. LA에 살면서 멕시코가 자동차로 두시간 거리에 불과하여 멕시코를 여행 삼아 방문하게 되었다. 캘리포니아 밑에 있는 멕시코의 바하 캘리포니아를 버스를 타고 지나는데 태평양 연안 공터에 도날드 트럼프의 커다란 사진과 콘도 그림이 대형간판으로 서 있었다. 위치가 그 옆의 다른 콘도보다 나은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그 콘도 가격이 최소 40만 달러였다. 멕시코 업자들이 개발한 콘도가 대개 5만 달러에서 12만 달러를 하는 것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이었다. 그럼에도 1차 콘도가 다 나갔고 이제 2차 콘도 설명회를 하고 있다. 2차 콘도 설명회에 많은 한인들이 참석했다는 신문보도가 있었다. 도날드 트럼프는 맨하탄, 라스베가스, 아틀란틱 시티 등 도처에서 각종 콘도를 원가보다 엄청난 가격에 팔아서 부를 축적한 사람이다.
그의 이런 능력을 미국 사람들은 높게 평가한다. 아무도 그를 사기꾼이라거나 부동산 투기꾼이라거나 소비자에 비해서 우월한 정보와 자본능력을 가지고 장난을 친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그의 능력을 대통령으로서 미국을 위해서 발휘해야 한다며 그를 대통령으로 추대하자는 모임이 있었을 정도이다. 그가 화려한 요트를 타고 다니건, 이혼을 하건 그건 투자 또는 투기 능력에 비해 중요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방송국에서도 그를 주인공으로 하여 사람들을 고용하여 일을 시키고, 못하면 무자비하게 자르는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인기가 아주 높다. 도날드 트럼프는 미국식 자본주의는 이런 것이다라는 교육을 국민들에게 철저히 시키고 있는 선생님인 것이다.
미국에서는 트럼프처럼 콘도를 아무리 비싸게 팔아도 아무도 상관하지 않는다. 그것은 살 사람이 알아서 결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미국적 사고방식이다. 사는 사람이 각종 정보를 찾아서 투자가치가 있으면 산다는 것이다. 이것은 콘도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물건 가격에도 적용된다. 아무리 비싸게 물건을 팔아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동일 브랜드 동일 상품의 가격이 상점마다 다르다. 상점마다 서로 경쟁하고 소비자도 이런 경쟁을 잘 알아서 스스로 결정해서 사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정보가 부족한 사람은 바가지 쓰기 십상이다. 실제 같은 상점에서도 물건 가격을 때에 따라 다르게 붙인다. 비싸게 사는 사람은 그만큼 비싸게 사야할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소비자가 정보가 부족하고 가격 흥정에 판매상에 비해 떨어진다는 점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 형식적으로 평등하기 때문에 그러한 문제는 소비자가 알아서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 미국식 자본주의이다.

정글 투자체계

자본투자에 있어서도 어느 부분에서 이익을 남길 것인가는 전적으로 개인의 문제로 치부된다. 부동산 개발을 하던, 사업에 투자하던, 우라늄에 투자하던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무제한의 자유를 누린다. 투자의 법적 자유도 광범위하게 허용되고 있다. 외국의 자본도 거의 무제한적인 자유를 누리며 투자를 할 수 있다. 각자가 알아서 선택하여 이익을 남길 수 있도록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돈을 벌기 위한 각종 투기자본체계가 세상에서 가장 발달되어 있는 곳이 미국이다. 헤지펀드, 정크본드, 기업인수합병, 각종 부동산투자, 각종 현물투자, 주식투자 등 투자문화가 세상 어느 곳보다 발달되어 있다. 일단 돈을 벌면 그것으로 존경도 받고, 부자도 되고, 큰소리도 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어느 나라보다 자유롭게 투자를 하고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경쟁도 극심하다. 어느 곳에 어떻게 투자하느냐는 개인의 창의력에 달린 것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이러한 창의력을 제공한다고 믿어지는 CEO에 대한 보상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CEO의 수입은 노동자 평균임금보다 300배가 넘는다.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고 다른  경제선진국에 비교해도 두 배나 높다. 이들이 기업실적을 많이 내서라기보다는 CEO의 창의력이 기업이윤에 결정적이라는 믿음이 미국에서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자비하게 직원을 해고하고, 직장을 폐쇄하고, 조직을 뜯어고치고, 아웃소싱하고, 새로운 방안을 시도하고,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 투자하고, 또는 기업을 사고 파는 행위가 CEO들의 창의적인 기업이윤확대 방법으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업구조조정, 또는 M&A나 새로운 투자처(Cash Cow) 발굴 등의 기업들 사이에 먹고 먹히는 처절한 경쟁이 자유경제라는 구호 아래 미국 구석구석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가히 기업을 매개로 한 머니게임의 천국이다.

열악한 노동자 권익

미국은 물론 후진국보다는 낫지만 선진국에서 최악의 노동조건을 가지고 있다. 물론 최저임금이 정해져 있고 초과수당 등이 정해져 있고 작업환경에 대한 규준이 있다. 하지만 선진국 중에서 노동자들의 권리를 가장 보장하지 않는 나라가 미국이다. 노동자들도 법 테두리 내에서 알아서 선택하고 자기 판단에 따라 고용주와 계약을 맺으면 된다는 것이다. 고용주가 현실에서 훨씬 우월한 지위에 있다는 점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고용주나 노동자를 동등한 계약자로 취급하는 나라가 미국이다. 따라서 계약서를 맺을 때 조그만 글씨까지 잘 읽어서 자기에게 유리하게 계약을 맺으라고 하나 취직하는 입장에서 고용주에게 그렇게까지 요구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것 중에 하나가 유급휴가이다. 미국에는 법적으로 보장된 유급휴가가 없다. 선진국 중에 유급휴가가 보장되지 않은 나라는 미국뿐 일 것이다. 한국보다도 열악한 조건이다. 프랑스가 노동자에게 30일간의 유급휴가를 보장하고 다른 유럽국가도 적어도 20일 캐나다는 18일을 각각 보장하지만 미국 노동자들은 유급휴가를 하루도 법적으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개인들이 취직할 때 알아서 고용주와 계약을 맺어서 해결하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미국노동자들은 선진국 중에서 가장 열악한 휴가를 받고 있다. 아예 휴가를 주지 않는 직장도 있다. 계약을 그렇게 맺었기 때문이다. 약 25%는 전혀 유급휴가를 받지 못한다. 쉬려면 임금에서 쉰 만큼 깎는다.
평균적으로는 9일의 유급휴가를 받는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것도 상사의 눈치를 보고 고용주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에 젊을수록 유급휴가를 사용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프랑스의 바캉스라는 말이 낯선 편이다. 프랑스처럼 한 달씩 어느 곳에 바캉스를 간다는 것은 일반 미국사람에게는 꿈이나 마찬가지이다.
더구나 선진국에서 가장 약한 노동조합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이 인종으로 갈라져 있고 일상생활에서 인종이 가장 중요한 사회적 구분이기 때문에 같은 노동자라고 하여도 인종이나 민족에 따라 갈라져 있어 협동하기가 매우 힘들다. 법도 대체로 노조에 불리하다. 따라서 노동자의 힘이 선진국 중에서 가장 약한 나라가 미국이다. 대부분 노동자들이 문제가 생기면 개별적으로 고용주를 상대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변호사 비용을 대기 힘들면 자기의 권익을 제대로 챙기기 힘든 구조로 되어 있다.
이러한 이유로 CEO, 자본투자자, 자본관리자(펀드, 금융, 부동산 등), 상위전문직의 소득은 크게 늘어났지만 미국 월급쟁이들의 실질임금은 1980년도 이후 거의 정체 상태에 있다. 그동안 증가한 국민소득은 대체로 CEO, 자본투자자, 자본관리자, 전문직으로 돌아가는 형태가 계속 되고 있다.

초등학교의 미국식 자본주의

이러한 미국적 자본주의는 이미 어렸을 때부터 꼬마들의 몸에 배도록 훈련을 받는다. 꼬마였을 때부터 쥬스를 판매하거나 세차를 하거나 또는 집에서 각종 일을 하면서 용돈을 벌어 쓰는 훈련을 시킨다. 물론 집집마다 훈련의 방식이 다르겠지만 돈은 소중하다, 어떻게 해서든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좋다라는 훈련을 시킨다.
나의 딸이 학교에서도 이러한 일이 벌어진다고 전해주었다. 나의 딸이 각 주별 문양을 지닌 25센트짜리 동전을 모으는데 한 급우가 자기가 가지지 못한 25센트를 가지고 있어 자기가 팔라고 했더니 가격을 두 개(50센터)를 1달러 내라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깎고 깎아서 60센트에 주고 샀다고 한다. 그러면서 미국애들은 보통 그런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른 애들도 조그만 상자를 가져와서 아이들에게 물건에 관심이 있으면 사가라며 상자 속의 물건들을 보여준다고 한다. 보통 상자 속에는 이미 자기가 썼거나 관심이 없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라고 했다. 물론 꼭 이렇게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나의 딸이 어떤 선생님의 남자친구가 동전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해서 자기가 가지고 있지 않은 주의 동전을 구할 수 있으면 고맙겠다는 편지를 썼다. 그랬더니 그 남자친구가 무려 8개(2달러)를 공짜로 주었다고 한다. 편지 내용에 감동해서 그냥 준다고 했다나. 그래서 현재 한 개만 더 모으면 발행된 모든 주의 25센트자리 동전을 모을 수 있게 되었다.
미국의 모든 학교들이 기부금을 모으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초등학교도 마찬가지이다. 돈이 있어야 교육을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양한 방식으로 기부금을 모집한다. 학교가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학부모회에서 한다. 학생 1인당 최소 800달러씩 기부금을 내라고 한다. 그러고도 더 기금을 축적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타일에 그림을 그려서 벽에 붙여주게 하고 돈을 받는다. 돈의 액수에 따라 개수가 달라진다. 하나에 원가가 10여 달러 정도하고 가격은 50달러 정도 받는 것 같다. 학교에서 영화관을 대여하여 영화티켓을 팔고, 책을 기부 받아 팔고, 각종 물건을 기부 받아 경매를 하고, 학생들 요리방법을 받아서 책을 만들어 팔고, 셔츠를 팔고.... 끝없는 방식으로 돈을 만든다. 이것을 잘 하는 학부모 회장단이 유능한 회장단이다. 공립학교임에도 불구하고 한 달에 한두 번씩은 무언가로 돈을 내야한다. 그리고 돈을 낸 사람들의 이름을 각종 벽에다 붙여둔다. 물론 안내거나 참여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안 낸다고 해서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돈을 낼 때마다 학생이름, 교사이름, 반을 같이 적어서 내도록 하고 있다. 낼 때, 학생이름, 교사이름, 반을 적어서 내도록 하는 것이 나에게는 강제로 내게 하는 것과 같은 심적 압박을 준다. 공립학교가 다양한 방식으로 학부모에게 돈을 내도록 하는 것은 내 딸이 다니는 학교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학교에서도 벌어진다고 한다. 빈민지역이나 시골에서는 좀 덜하고 부자동네에서는 더 극성이라고 한다. 결과는? 부자동네 학교는 더 많은 돈을 거둬 더 좋은 교육기회를 제공한다고 한다. 보조교사도 쓰고(보조교사에 대한 시정부의 지원이 없어 학부모들이 돈을 모아야 보조교사를 교실에서 쓸 수 있다), 더 좋은 기자재를 쓰고, 더 많은 곳을 방문하고, 더 좋은 선생님들이 오고.... 그 결과 같은 공립학교라고 해도 각종 기회 제공이나 학력격차가 아주 크다. 물론 사립초등학교도 1-2만 달러에 달하는 등록금을 받고도 각종 기부금을 거둔다. 기부금 천국이다. 그렇지만 이런 기부금이 결국 학력 격차를 키우는 역할도 한다.

미국의 미래?

나는 정글식 자본주의가 미국의 기업들의 경쟁력을 크게 강화했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한 이유이다. 거기에다가 지난 200년간 양질의 값싼 노동력을 유럽의 이민 나아가 세계의 이민으로부터 대규모로 충당할 수 있었다. 더욱이 광대한 국토를 인디안으로부터 강제로 빼앗아 백인 이민자들에게 무료로 나누어주면서 광대한 자원과 곡물을 값싸게 이용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거대한 국내 소비시장도 키울 수 있었다. 그 동안의 기술축적과 자본의 투자기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하지만 이제 국내소비가 너무 커지고 있다.
국민 대부분이 집이나 자동차를 할부로 구매하고 빚내서 대학 다니고 빚내서 소비(신용카드 할부)하는 데 익숙해졌다. 미국의 중산층의 생활을 보면 항시 쪼들린다. 각종 빚을 갚고 나면 남는 것이 많지 않다. 저축률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나라의 하나이다. 국민의 과소비 결과 갈수록 미국의 적자가 늘어나 무역적자와 국가재정적자를 합해 1년에 1조 달러 이상의 빚이 늘어나고 있다. 세계의 경찰국가 역할을 하면서 9.11사태나 미국-이라크 전쟁(매년 1000억 달러 이상 쓰고 있다)처럼 안보와 세계패권을 위해 지나치게 많은 돈을 쓰고 있다. 세계 군비의 반(1년에 약 5000억 달러)을 미국이 지출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세계 최대의 빚쟁이 국가로 전락하였다. 아무리 세계 최강대국이라고 하지만 빚을 내어 소비하고, 빚을 내어 전쟁을 하는 나라가 얼마나 세계 최강대국으로 버틸 수 있을까? 빚으로 만든 강력한 군사로 세계패권을 지탱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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