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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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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학생의 성장 평가와 교육법
글쓴이 정성식(이리동남초 교사)    [2016년5월호]    조회 : 10,660

1. 학생의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한 변화의 기운

  교육에 대한 변화의 바람은 교육과정, 수업을 넘어 평가로 불이 붙었다. 이런 변화의 바람은 교육청의 정책으로 시행되는 지역까지 생겼다. 주된 내용은 중간고사, 기말고사 형태로 치루어지던 학교별 일제고사를 폐지하고 결과 중심의 평가 대신에 학생의 성장을 중심에 둔 과정 중심의 평가, 수행 중심으로 전환하고 수시 평가를 확대하는 쪽으로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도 이런 변화의 움직임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었는지 최근에 교육부훈령 제127호를 개정하였다. 자유학기제 시행을 위해 기존 평가 방식의 변화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유야 어찌 됐든 교육부의 변화는 긍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에 지필과 수행으로 구분하여 실시하던 평가 방법을 ‘교과학습발달상황은 교과 특성에 따라 수행평가만으로도 평가’할 수 있도록 조문을 정비(별지 제9호 개정)함으로써 성장 중심의 평가를 시도하고 있던 학교에 큰 힘을 실어준 것은 분명하다.
  교육부 방침에 대해 성장 평가를 시도하고 있는 지역의 교육청은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육부와 교육청이 오랜만에 한 목소리를 내는 보기 드문 현상을 목도하기도 했다. 반면에 교총은 교육부 방침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시도교육감이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확대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 교사들은 어떤가? 여타의 교육정책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교사의 의견은 안중에도 없었다. 변화의 움직임을 주도적으로 생성하지 못하고 하루아침에 툭 던져진 정책으로 인하여 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교사들의 입장도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그러나 이 흐름은 이제 거스를 수 없다. 툭 던져진 정책이지만 학생 평가에 대한 긍정적인 변화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정책 변화의 과정에 늘 홀대 받았던 교사들이 나서서 보다 역동적인 논의를 이어가는 것이 낫다. 그 논의를  평가시스템에서 찾아보려고 한다. 지필이냐 수행이냐? 이를 각각 몇 %로 해야 하냐? 평가 통지는 어떻게 하냐? 등을 두고 옥신각신하는 것보다 그래도 시스템을 갖고 논하는 것이 품격도 있지 않겠나.

2. 이제야 교육법을 들춘다

  "교사는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교육한다"
  교직원의 임무를 규정하고 있는 초중등교육법 제20조제4항의 내용이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지난 교직생활을 돌아보면 나는 교육법에 문외한이었다. 학생의 학업성취도평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공문 하나에 의해 이리 쏠리고 저리 쏠렸다. 굳이 변명하자면 내 잘못만도 아니었고 나만 그렇게 살았던 것도 아니었다. 대부분의 교사가 그랬다. 예비교사 시절에는 교대에서 교육법을 배우지 못했다. 현직교사가 되어서도 별반 달라진 게 없었다. 자의든 타의든 해마다 몇 시간씩 받아야 했던 교원직무연수과정에도 교육법과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 교원 양성과정 및 연수과정에서 이와 같이 교육법을 소홀히 하는 것을 보면 교육당국은 교사가 교육법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를 체계적으로 깨치는 과정을 일부러 방기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렇다고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법언 가운데 "법의 무지는 변명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이런 마음으로 현행 법령에서 평가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공들여 찾아보았다.

3. 평가 관련 교육법령은 무엇이고 문제는 없는가?

  교육법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법령에서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법에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세부적인 사항을 관련부처에서 위임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에 상위법에 위배되는 각종 시행령과 지침이 범람한다. 모법의 근거규정도 없이 대통령령으로 실시한 교원능력개발평가, 세월호 특별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해수부의 시행령, 보육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시․도교육청에 떠넘기기 위해 뜯어고친 각종 시행령들만 보아도 법치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을 알 수 있다. 오죽하면 ‘시행령공화국’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평가 또한 예외가 아니다. 교육기본법에는 학생 평가에 대한 언급도 없다. 초․중등교육법 제9조에서 학생 평가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데 이도 문제가 많다. 무엇이 문제인지 관련 법령을 위계에 따라 살펴보자.

  먼저 초․중등교육법을 살펴보자.

[초중등교육법]
제9조(학생·기관·학교 평가) ① 교육부장관은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을 대상으로 학업성취도를 측정하기 위한 평가를 할 수 있다. <개정 2013.3.23.>

이 조항의 가장 큰 문제는 평가 '주체의 오류'이다. 학생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어떻게 교육부장관이 한단 말인가? 엄연히 평가의 주체는 교사인데 이를 교육부장관으로 규정해놓은 것부터가 문제다. 이 조항은 반드시 교사가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측정하기 위한 평가를 할 수 있도록 바꾸어야 한다.

  다음으로 시행령을 살펴보자.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10조(학생의 평가) 법 제9조제1항의 규정에 의한 학생의 학업성취도 평가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교육부장관이 정한다. <개정 2001.1.29, 2008.2.29, 2013.3.23>

  법에서 주체의 오류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시행령에서도 이 문제는 계속 된다. 더구나 '불명확성의 오류'까지 덧붙여진다. 모법에서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는 사항은 시행령에서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시행령 또한 모법을 되풀이하고 있다. 교육부장관이 학생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모법인데 시행령에서 학생의 학업성취도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교육부장관이 정한다고 밝히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같은 말을 되풀이하고 있는 이 조항은 아예 모법으로 올려서 통합하고 구체화하는 쪽으로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

  다음으로 시행규칙을 살펴보자.

[초ㆍ중등교육법 시행규칙]
<시행 2016.1.1.> <교육부령 제73호, 2015.9.25., 일부개정>

  여기서는 '누락의 오류'가 발생한다. 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 어느 조항을 찾아보아도 학생의 평가에 관한 언급이 없다. 단지 학생생활기록의 작성기준(제21조), 대상자료(제22조), 구분 관리(제23조), 보존(제24조), 작성 등의 특례(제25조)만을 밝히고 있다. 평가도 하지 않고  어떻게 평가 결과를 기록할 수 있단 말인가? 이는 평가의 목적, 과정을 언급하고 이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가에 대한 수순으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을 살펴보자.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
<시행 2015.1.9.> <교육부훈령 제127호, 2015.1.9., 일부개정>
제15조(교과학습발달상황) ① 교과학습발달상황의 평가는 별지 제9호 ‘교과학습발달상황 평가 및 관리’에 의거 시행한다.

  이 지침에 따라 교사는 학생의 학교생활기록을 작성하고 관리한다. 마찬가지로 지침에서도  구체적인 평가 목적과 방법에 대한 언급은 없다. 다만 별지 제9호로 평가 방법을 언급하고 있을 뿐이다.

  아래는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의 부칙 다음으로 제시되는 별지 제9호의 내용이다.

[별지 제9호]
별지 제9호의 내용 일부를 다음과 같이 개정한다.
1. 방침
다. 교과학습발달상황의 평가는 지필평가와 수행평가로 구분하여 실시한다. 다만 실험․실습․실기과목 등 교과의 특성상 수업활동과 연계하여 수행평가만으로 교과학습발달상황의 평가가 필요한 경우는 시․도교육청의 학업성적관리 시행지침에 의거하여 학교별 학교학업성적관리규정으로 정하여 실시할 수 있다.

  이 가운데 밑줄 그은 내용이 이번에 개정된 내용이다. 바뀌기 전의 내용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교과학습발달상황의 평가는 지필평가와 수행평가로 구분하여 실시한다. 다만 전문교과 실기과목 등 특수한 경우는 시․도교육청의 학업성적관리 시행지침에 의거하여 학교 학업성적관리규정으로 정하여 수행평가만으로 실시할 수 있다.”
  결국 교육계를 시끌벅적하게 했던 최근의 사안은 별지 제9호의 문구가 몇 개 변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즉 ‘전문교과 실기과목 등 특수한 경우에 한정된 것’을 ‘실험·실습·실기과목 등 교과의 특성상 수업활동과 연계하여 수행평가만으로 교과학습발달상황의 평가가 필요한 경우’로 범위를 확대 적용한 것이다.
  시행령으로도 모자라 이렇게 훈령으로 교육의 근간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 훈령이란 무엇인가? 훈령으로 이렇게 교육을 흔들어도 되는 것일까? 아래는 법률용어사전에서 밝히고 있는 훈령에 대한 성격 규정이다.

  “훈령은 하급관청의 권한행사를 지휘하기 위하여 발하는 명령을 말한다. 훈령 중에서 하급관청의 신청 또는 문의에 의하여 발하는 명령을 특히 지령(指令)이라고 한다. 그리고 훈령은 대체로 관보에 공시하는 것이지만 공시하지 않는 것도 있다. 이것을 내훈(內訓)이라고도 한다. 그 어느 것에 있어서든 하급관청을 구속함으로써 그 지휘에 따라 활동케 하는 구속력이 있을 따름이고, 일반 사인에 대해서는 구속력을 가지지 않는다. 따라서 훈령 또는 지령은 법규의 성질을 가지는 명령(법규명령)이 아니고, 법규의 성질을 가지지 않는 명령(행정명령)이다.
  훈령은 어느 관청에게나 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행정관청 중에서도 독립된 관청은 훈령에 복종할 의무가 없다. 훈령은 직무명령과도 구별된다. 훈령은 원칙적으로 의사기관인 관청 상호간, 즉 상급관청이 하급관청에 대해서 발하는 것이지만, 직무명령은 관청을 구성하는 특정인이 아니라 상급공무원이면 누구나 하급공무원에 대해서 발할 수 있는 지휘명령을 총칭하는 개념이다. 또 직무명령은 현재 담당하고 있는 직무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널리 직무와 관련되고 있는 사항에 대해서도 발할 수 있다. 따라서 훈령은 직무명령의 일부분이 될 따름이다. 또 훈령은 행정의 예방적 감독수단의 하나이다.“

결국 교육부장관이 법적 구속력이 없는 예방적 감독수단일 뿐인 훈령에 들어있는 별지의 문구를 하나 바꿈으로써 학생의 학업성취도 평가가 좌지우지 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 할 것이다. 지방교육자치가 시행되는 마당에 교육부의 권한은 비상식적으로 크다. 이 문제를 바로잡지 않으면 학생 평가의 온전한 방향 전환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4. 학생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온전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법적 근거를 살피다 보니 학생의 성장평가를 정책으로 표방하고 있는 전북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의 평가 시행 지침이 궁금해졌다. 그 내용을 찾아 차분하게 읽어보고 나서야 지금 이 시기에 교육청과 학교가 평가 시스템의 개선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윤곽이 잡히기 시작했다.

  1) 교육법 개정 운동을 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신뢰가 아니라 불신에 기초한다. 즉 민주적인 지도자를 세우는 것 못지않게 어느 지도자가 그 자리에 있더라도 민주적인 시스템을 좌지우지할 수 없는 법적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말이다. 그러므로 학생의 학업성취도 평가가 성장 중심의 평가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교육법을 개정해야 한다. 요원할 것 같았던 그 길도 일말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20대 총선에서 여소야대가 출현했다.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이 시기를 이용하여 교육법을 민주적으로 개정하려는 노력을 반드시 해야 한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한다. 문구 하나 하나를 따지며 교육의 본질에 접근하는 쪽으로 교육법을 개정하려는 노력을 같이 해야 할 때이다.

  2) 교육청은 평가 관련 지침을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
  아무리 여소야대 국회가 되었다 하지만 교육법 개정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교육관계자가 힘을 모아 교육법 개정을 위한 입법청원을 활발하게 하는 동시에 교육청이 이 시기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은 평가 관련 지침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이다.
별지 제9호에 따라 시․도교육청은 학업성적관리 시행지침을 마련하여 학교에 안내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학교는 학교학업성적관리규정을 정하여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학생의 성장평가를 내걸고 있는 경기도교육청과 전라북도교육청의 초등 학업성적관리 시행지침을 비교해 보았다.
  비교 결과 경기도교육청의 지침은 평가의 세부사항까지 상세하게 기술함으로써 평가에 대한 학교의 재량권을 제한하고 있는 측면이 있었다. 지침의 분량도 전북과는 차이가 있었는데 이는 경기도교육청이 교육부의 별지 제9호 서식에 담긴 내용을 그대로 옮겨와서 경기도의 시행지침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전라북도의 학업성적관리 시행지침은 평가의 개략적인 목표와 방향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학교에서 학교학업성적관리규정에서 정하도록 함으로써 평가에 대한 학교의 재량권을 상대적으로 더 크게 부여하고 있었다.
  지침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은 교육청에서만 할 일이 아니다. 학교의 평가지침도 세부항목까지 세세하게 담고 있다보면 교사의 평가권을 침해하게 된다. 현 상황에서 교육청과 학교는 평가 지침을 유연하게 적용하여 교사의 평가권이 제대로 발휘되도록 불필요한 규제를 덜어내는 쪽에 무게를 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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