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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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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문화/영화비평]<아모레스 페로스>
글쓴이 김영숙(예원예술대학교 교수)    [2016년5월호]    조회 : 885

           윤리가 마비된 현대인이 세상을 건너가는
                       세 가지 방식으로서의 지독한 사랑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감독의 <아모레스 페로스>에 대하여)
                                                            
1.

<아모레스 페로스>(2000)는 1990년대부터 일어난 멕시코 뉴웨이브 영화를 대표하는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감독의 데뷔작으로 칸, 모스크바 등 국제영화제에서 60여개의 상을 받았다.
이 영화의 오픈닝 씬은 옥타비오가 운전하는 차가 하로초 일당의 추격을 피해 도망하다가 일어난 대형 교통사고에서 시작된다. 이어, 이 사건에 연루된 옥타비오의 이야기, 억울한 사고를 당한 발레리아 이야기, 마지막으로 이 사건을 목격한 엘 치보 이야기로 영화가 전개된다.
첫 번째 장인 ‘옥타비오와 수잔나’의 이야기는 옥타비오(가엘 가르시아 베르낭 분)가 한 집안에 함께 사는 형수, 수잔나(바네사 바우체 분)를 사랑하는 이야기이다. 슈퍼마켓에서 일하는 형 라미로는 아내에게 주먹을 휘두르다가도 복면을 쓰고 돈을 강탈하고 집에 돌아오는 날에는 선물을 사다주기도 하는 괴팍한 젊은이다. 아이를 기르며 살아가는 수잔나는 시동생 옥타비오와도 사랑을 나누는데. 옥타비오는 남편과 사랑행위를 하는 그녀를 억지로 불러낼 정도로 둘의 사랑에 질투를 느끼고 형을 증오한다.
한편 자기가 기르는 개, 코피가 갱단 하로초의 개를 투견장에서 물어죽이자 투견 세계에서 큰돈을 거머쥐는 옥타비오. 그는 수잔나에게 함께 도주할 것을 제안한다. 그러나 수잔나는 형과 함께 사라져버리고 옥타비오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옥타비오는 다시 큰돈을 새로운 투견에 건다. 자기 개가 위험에 처하자 갱단 하로초는 옥타비오의 개, 코피를 총으로 쏘고. 이에 격분한 옥타비오는 하로초를 칼로 찌른다. 피를 흘리는 코피를 차에 싣고 도망을 가는 옥타비오. 하로초 일당이 쫓아오는 차를 피해 도망가다가 사고를 낸다.
두 번째 장인 ‘다니엘과 발레리아’의 이야기는 부유한 가장이자 잡지사 편집장인 다니엘(알바로 구에레로 분)과 패션모델 발레리아와의 불륜 관계에서 시작된다. 다니엘은 아내와 별거하고 새로 마련한 아파트에서 발레리아와 동거를 시작한다. 행복한 날들을 보내던 어느 날, 차를 몰고 가던 발레리아는 오픈닝 씬에 해당하는, 추격을 피해 달아나는 옥타비오의 차에 부딪쳐 치명적인 부상을 당한다. 병원에서 퇴원했지만 휠체어 신세를 면하지 못하는 발레리아. 설상가상으로 애지중지하는 애완견 리치가 구멍 난 마룻바닥에 빠진 채 나오지를 못한다. 점점 히스테리가 심해져 가는 발레리아. 다니엘은 참다 못해 그녀와 대판 싸움을 벌이고, 발레리아는 급기야 자살을 시도한다. 가까스로 생명을 구했지만 한쪽 다리를 절단한 발레리아. 다니엘과 함께 집으로 돌아온 발레리아는 창문 밖으로 보이는 자기의 대형광고판을 보고 울음을 터뜨린다.
세 번째 장인 ‘엘 치보와 마루’의 이야기는 거리에 버려진 개를 데려다 키우며 살인청부업으로 살아가는 엘 치보의 이야기이다. 사고가 난 옥타비오의 차 안에서 피를 흘리는 코피를 깡통집인 자기 집에 데려다 키우는 엘 치보. 오래 전에 교수였다가 공산주의 운동에 투신해 감옥 생활을 20년 간 하고 나온 엘 치보. 그동안 그의 부인과 딸 마루는 그를 잊고 살아가고 있는 상태이다. 어느 날 그는 자기를 속였다며 이복동생을 죽여달라는 청탁을 수락하고 거액을 받는다. 두 사람 모두의 탐욕과 이기심에 환멸을 느끼는 엘 치보. 그는 두 사람에게서 돈만 받고, 두 사람이 서로를 죽이지 않을 수 없게 상황을 만들어 놓은 채 유유히 빠져 나간다. 목욕과 이발을 하고 양복으로 갈아입은 뒤 깡통집을 떠나는 엘 치보. 그는 아무도 없는 딸 마루의 집에 찾아들어가 자기가 번 돈을 침대 머리맡에 넣는다. 그는 딸의 자동전화응답기에 자기 육성을 남기고 코피와 함께 먼 길을 떠나면서 영화는 끝난다.


2.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색은 오픈닝 씬에 나오는, 자동차 사고 장면과 연관된 세 사람의 이야기를 장을 나누어 하나하나 풀어간데 있다. 한 장마다 두 명의 주인공을 다룬 이야기니까 주인공이 모두 여섯 명이 되는 것인데, 대부분의 옴니버스 영화들이 주제만 동일할 뿐 서로 아무 연관이 없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다면 이 영화는 비록 우연적이지만 서로 얼키고 설킨 동시대인들의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 다른 옴니버스 영화들과 상이하다. 한 편의 영화가 대개 주인공에 해당하는 한 사람, 또는 두 사람의 인생을 시간적 추이에 따라 따라간다면, 이 영화는 동일한 시간대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동시대 사람들의 서로 이질적인 삶의 모습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적한다. 그 결과 이 영화에서 우리는 일정 시기의 멕시코라는 사회를 횡적으로 잘라낸 단면을  들여다 볼 수 있다. 한 사회의 하층민과 상류층, 그리고 가장 밑바닥 인생은 서로 완전히 다른 세계이지만 동시에 동시대인들이라는 인연에 의해 상호 연결되어 있다. 바로 이런 점에서 이 영화는 현실의 반영이라는 예술의 중요한 한 측면을 보다 충실하게 우리에게 선사해 주고 있다. 이 영화가 갖는 가장 큰 미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 영화에서 핸드 핼드 카메라의 근접 촬영에 의한 거칠고 감각적인 영상 외에 우리가 주목해 봐야 할 점은 바로 편집의 방식이 아닐까 한다. 실제로 모든 촬영을 마치고 필름을 편집하는데 몇 개월을 소요할 정도로 편집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전해진다. 영화는 옥타비오가 모는 차와 발레리아가 운전하는 차가 부딪히는 장면을 세 주인공의 이야기가 한 곳에서 만나는 매듭으로서 오픈닝 씬으로 제일 먼저 보여준다. 1장은 ‘옥타비오와 수잔나’이라는 타이틀이 나온 후 차 사고가 나기 전 옥타비오의 이야기가 시간의 순서에 따라 전개되는데, 사이사이 3장의 주인공인 엘치보가 리어커를 끄는 도시의 부랑자로 개들을 몰고 다니는 장면이 나오고, 2장의 주인공인 발레리아가 나오는 대형 광고물과 다니엘의 가정생활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마지막에 옥타비오의 사고 장면으로 1장이 끝난다. 2장 ‘다니엘과 발레리아’는 발레리아의 화려한 모델 생활에서 시작되어 중간에 오프닝 씬인 자동차 사고 장면이 다시 반복적으로 나오고, 그 다음 사고 이후의 다니엘과 발레리아의 삶을 시간 순서대로 보여준다. 3장 ‘엘치보와 마루’는 살인 청부를 부탁하는 자와 엘치보를 소개해 주려는 경찰의 대화에서 시작하여 중간에 오픈닝 씬인 자동차 사고의 현장을 우연히 엘치보가 목격하는 장면이 나오고, 그 이후 살인 청부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엘치보의 이야기를 보여주는데, 중간에 1장의 주인공인 옥타비오가 장례식 때 만나 도망을 제의했던 형수 수잔나를 기다리는 장면이 삽입된다. 그리고 3장의 마지막은 엘치보가 딸 마루의 집에 가서 돈을 침대 맡에 넣어두고 개와 함께 길을 떠나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결론적으로 오픈닝 씬 장면인 자동차 사고 장면은 영화에서 모두 네 번 나온다. 다시 말하자면 1장, 2장, 3장 모두 자동차 사고가 일어나기 전의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자동차 사고 장면을 시간적 추이에 따라 다시 집어넣는다. 그리고 1장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아무런 서사적 연결 없이 2장, 3장의 주인공들이 중간 중간에 등장하게끔 편집되었다. 이와같은 편집 방식은 정해진 시간 안에 관객에게 주인공들의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되는 다양한 삶을 가장 효율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 하겠다.  
    
이 영화 속 주인공들은 모두 지독한 사랑을 하고 있다. 1장에 나오는, 하층민 옥타비오는 형수 수잔나를 집요하게 사랑하여, 어떻게든 큰돈을 벌어 그녀와 도망을 가지 못해 안달이다. 그는 자기의 패륜적 사랑에 대해 일말의 의혹도, 형에 대한 미안함도 전혀 느끼지 못한다. 1장이 끝날 무렵 형이 사고로 죽자 장례식에 나타난 옥타비오는 형수 수잔나에게 함께 도망가자고 제의하지만 수잔나는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는다. 2장에 나오는 다니엘은 가족을 버리고 발레리아와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고 행복을 만끽하지만 예기치 못한 사고로 다리를 절단하게 된 발레리아와 점점 사이가 멀어지게 된다. 3장에 나오는 엘치보는 혁명에 실패하고 감방에서 나오자 청부살인이라는 비인륜적 행위를 하지만 그 돈은 딸에게 주기 위한 것이다.
이처럼 그들은 모두 지독한 사랑을 하지만 하나같이 윤리의식이 마비된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들의 비인륜적인 행위들은 모두 다 비극적 종말을 맞이한다. 감독은 마치 우리에게 현대인의 삶이라는 지옥 같은 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지독한 사랑을 하지 않을 수 없으며, 우리 현대인에게 있어서 지독한 사랑이 윤리적 행위와 만나기는 아직 요원한 일이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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